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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ktw2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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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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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고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제가 그에게서 들었던 말이에요. 왜 자기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해 준 말이었죠. 좋아하는건 이해해서 되는 게 아닌거 같다고, 나도 잘 알 수는 없지만 내안에 당신이 너무나도 커져서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어요. 그 날은 계속 속으로 감추고 있었던 제 마음을 들켜버리고 말았던 날이었고 고백아닌 고백을 하게 되어버렸던 날이기도 했어요. 차라리 속 시원히 고백하고 차였더라면 조금은 더 후련했겠죠.

그 사람은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고 다시는 사람을, 사랑을 믿을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말하자면 애초부터 이어지기 힘든 관계였던 거에요. 당신도 잘 아실꺼예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마음.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듯, 금지된 것일 수록 더욱 열망하게 된다는 것을.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에게 저는 더욱 다가갔어요. 내가 그 상처들을 덮어주고 보듬어주려고 했었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진 않았어요. 나 스스로도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라 오히려 그를 실망시키고 상처입히고 말았으니까..


늘 혼자 있으면 - 인간은 섬이라고.. 언제나 혼자인 것 같아요.. 모두에게 둘러쌓여 있더라도 말이에요. - 머릿속이 어지럽고 절로 한숨이 나오고 눈시울이 벌개지곤 하던터라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해 친구를 불러냈답니다.

친구 녀석과 감자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아주머니를 불렀어요.

"청양고추 좀 몇개 주세요."

접시에 담겨 나온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크게 베어 물자 순식간에 입 안가득 얼얼한 기운이 퍼졌어요.

씹을 수록 터져나오는 맵싸함에 다섯번도 채 씹지 못하고 물과 함께 고추를 넘겼죠.

머리속 누군가가 심어놓은 전기장치의 스위치가 올라간 듯 삐~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의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어요. 바로 앞에서 말하는 친구의 소리도 삼십미터쯤 멀리서 외치는 것 처럼 작게 들리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나왔죠.

갑자기 막 화가 났어요. 너무 매운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고작 고추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 괴롭다는 사실자체에 대한 짜증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까지 흘러오게된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죠. 왜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건지, 내가 더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건지, 왜 그렇게 까다로운건지 등등...

눈물 그렁한 눈으로 너무 맵다고 친구에게 투덜거리면서 또 다시 고추를 집어들었죠.


어쩌면 슬픔과 분노는 같이 다니는 친구 같은 것이었는지도 몰라요. 억울함, 무력함, 허무함, 억눌림들이 슬픔도 만들지만 분노도 함께 만들어 주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그 동안 슬퍼한 것 만큼 분노도 쌓여있었던게 아닐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제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것에 대한 분노인걸까요? 내가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쫒아다닐땐 언제고 그게 잘 되지 않으니까 분노로 터져 나오다니요.. 정말 우습죠?

며칠동안은 속이 아픈건지 가슴이 아픈건지 약간은 헷갈려 하며 지냈어요.

여전히 그 며칠동안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면서 그 사람의 작은 손짓을 갈망하고 있었죠.

잔인하게도 그도 이런 나를 알고 있어요. ...... 확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알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든 하루 하루 사는 것 처럼 견딜 순 있어요.

늘상 해오던 일들이니까 사는건 그런거니까 그냥 흘러가면되죠.

숨쉬고, 밥먹고, 잠자고, 깨어나고, 일하고.. 해오던 일을 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잖아요?

하지만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기엔 저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관성에 밀려가는 날들이 얼마나 더 지나야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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