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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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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하지 않은 날이었다.

정확히는 말하자면 말은 했지만 대화를 하지 않은 날이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고개를 주억거렸을 뿐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회사를 하루 쉬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건을 살 때도 아무 말 없이 물건을 주고, 돈을 주고, 거스름 돈을 받았다.

가게를 나서면서 고개를 꾸벅이고 인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책을 사고, 혼자 차를 마시고, 창밖을 구경했지만 대화할 사람은 옆에 없었다.

집에 돌아 왔을 때 부모님께서 '저녁은 먹었니?' 라고 물었을 때에도 그냥 고개를 주억거렸을 뿐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없다. 비록 그게 가족일지라도...

잠자리에 들 때쯤 갑자기 외로움과 쓸쓸함이 사무치게 느껴졌다.

혼자 소리내어 말해봤지만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전해지기엔 너무나 멀어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고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소리를 먹어치우는 어둠에 둘러쌓여 나는 그저 입을 벙긋 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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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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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것을 말로 꺼내놓으면 마음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서 서글프다. 미안하단 말은 미안하게 느껴지지 않고 고맙다는 말도 마찬가지. 붓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칠하면 공기에 닿고 말라 색이 달라지듯이 그렇게 마음은 말을 통해 색이 바래버린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긴 다는 건 두렵기도 하지만 읽어주었으면 할 때도 있다.


일단 눈을 바라봐야 하는데 아직 눈 마주칠, 숨을 같이 쉴 자신이 내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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